[전문가의 눈] 스마트팜 기술발전에 따른 교육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얼마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은 비단 반도체산업에서만 일어나는 문제일까. 예컨대 우리나라에 많은 식량을 판매하는 국가가 갑자기 수출중단을 선언한다면? 기상재해로 우리나라가 식량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식량안보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품질과 생산성 제고, 식생활 향상에 따른 소비자의 욕구충족 등을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시설농업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그 결과 연중 안정된 고품질 농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시설농업은 정보기술(IT)·정보통신기술(ICT)·스마트팜·사물인터넷(IoT)이라는 새로운 개념 도입과 영역 확장을 통해 현장에 빠르게 보급됐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이처럼 빠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최종 이용자인 농민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따라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무슨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지, 이들 시스템이 어떤 메커니즘(원리)으로 농축산물 생산에 도움을 주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현장 중심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첨단 시스템이 기존 농법과 비교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농민 스스로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경험이 없으면 현장에선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가령 ‘공기환경’에 대한 교육이 그렇다. 농업생산시설 내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은 공기환경이다. 대표적인 공기환경은 온도·습도·분진·가스 등의 발생과 분포 상황에 근거한 것으로, 주요 메커니즘은 공기의 흐름 자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공기의 흐름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혼란이 생긴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잘못된 내용을 정답인 양 고집하는 농민이나 전문가도 있다.
ICT의 현장 적용과 공기환경 조절에 대한 가장 좋은 교육방법은 농업생산시설에서 농민이 직접 체험을 통해 배움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방역문제나 노하우 유출 우려 등으로 현장에서의 교육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대안으로 강의실에서 프레젠테이션 형태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런 강의는 실제와 거리가 먼 결과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가상현실 시뮬레이터(실제 모습 재현 장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시스템을 또 다른 시뮬레이션 결과들과 연동하면 가상현실에서 공기흐름과 다양한 공기환경 요인의 분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공기환경에 대한 농민의 이해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농업생산시설의 운영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다.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는 농민 교육뿐만 아니라 앞으로 초·중·고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와 같은 효과적인 시스템이 더 많은 농업생산시설과 다양한 농작물 생산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인복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link: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PRO/319084/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