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식습관 변화와 농경지 생산성 향상
 

2022-04-18 00:00

 

30년 전, 지구상의 육지 가운데 농축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25%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 비율은 3분의 1을 훌쩍 넘어섰고 이제는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는 곡물자급률이 20% 정도에 머물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식량안보가 가장 불안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에게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생태계는 파괴를 넘어 붕괴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과학계에선 이를 ‘생물학적 절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인간 활동이 주요 원인이다.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오염원 배출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농업을 통해서도 다양한 위협 요인들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탄소 배출, 물 사용, 토양 유실, 지하수와 토양 오염 등이다. 기후변화 주범인 온실가스 전세계 배출량 가운데 3분의 1은 식량 생산에서 나온다. 더군다나 식량 생산은 담수 이용 가운데 75%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낭비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서 유출되는 폐기물과 비료가 지하수와 토양뿐 아니라 강·바다도 오염시킨다. 이에 식량의 생산·가공·소비가 지구의 다른 생물종과 환경·기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로 다양한 식습관 변화의 노력이 절실하다. 영양불량, 저체중 등 부족한 식단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은 전세계 인구의 20%다. 이에 반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식량 섭취로 사망에 이르고 있다는 건 충격적이다. 기본적인 식단의 변화만으로도 영양분 부족과 비만이 동시에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 생태계의 불안정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로 기존 농경지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식량 생산이 환경 파괴가 아닌 탄소 흡수와 생물 다양성 회복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삼림이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식량 증산을 하려면, 농지 확대가 아닌 기존 농경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수경재배, 점적 관개, 기타 집약적인 경작 방식의 이용을 늘리고, 부적합한 토양재배와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스마트팜 기술도 환경 부하를 최소화하면서 뚜렷한 사계절에 따른 단모작의 한계를 극복하고 좁은 농지에서 연중 안정된 고품질 농산물의 생산 증대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먹는 식단이 개인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지구에도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아는 것을 행동을 통해서 바꾸려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야만 한다. 그것은 우리 자신에게도 그리고 지구에게도 좋은 일이다.
 

이인복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출처: 농민신문(https://www.nongmin.com)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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