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안전과 축산업 수준은 한나라 농업발전의 지표다.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면 한 나라의 농업수준은 식량, 채소, 과수, 축산의 순서로 발전한다. 우리 농업도 식량에서 출발, 이제는 축산 중심의 농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농업생산액에서 축산의 비중은 45%를 차지하고, 축산 농민이 상대적으로 부농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특히 2016년에는 돼지고기 생산액이 쌀을 앞서 단일품목 1위로 부상했는데, 쌀 이외의 품목이 1위가 된 것은 이 땅에서 농업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축산업이 우리 농업의 중심이 되었지만 그 민낯을 살펴보면 어두운 그늘도 짙다. 밀집 사육과 대형화 추세 속에서 축산냄새와 가축분뇨는 또 다른 환경문제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AI와 구제역 등 매년 발생하고 있는 가축질병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막대한 국민세금을 가축 살처분에 투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근본적 개선책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불신만 커져가고 있다. 더구나 사료 수입에 쓰이는 외화의 규모는 세계 1~2위 수준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지속발전 가능한 축산업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축산업은 대혁신과 구조전환이 시급한 한계상황에 처해있다. 축산업 생산성의 정체, 축산물 안전문제, 축산질병의 상시발생 등은 지금의 축산 시스템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음을 잘 보여준다.

훨씬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필자가 축산업 관련 R&D 사업과 정책 수립 등에 참여해 온 경험을 통해 스마트 축산을 중심으로 최근의 축산업 R&D와 관련한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축산 R&D는 4차 산업혁명, IoT와 같은 새로운 시류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농업부처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부처의 사업에는 4차 산업혁명의 단어가 습관처럼 붙어 있다.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비슷비슷한 세미나가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금방이라도 우리나라와 축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것 같은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솔직히 요즘 분위기가 무서운 생각까지 드는 이유는 가장 중장기적으로 고민을 하고 연구를 지원해야 할 정부가 가장 앞장서서 신(新)기류에 의지하고 쉽게 휩쓸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보다 축산업이 훨씬 발전해 있는 축산 선진국의 연구토양은 시류보다는 본질에 집중한다. 전문가 집단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축산 연구의 중장기적 접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실례로 필자가 교류하는 외국의 축산 연구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자체를 생소해 하거나 불편해 한다. 아예 용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단어를 이용해야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추구하는 축산 연구주제의 가치를 인정하고 축산 연구방향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다.

최근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IoT (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는 인위적인 개입 없이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양질의 백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또한 이 데이터들을 활용해 제어를 위한 가장 정확한 결정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구함으로써, 이전의 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가공할 시스템을 이용해 인위적 개입 없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또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통해 최적에 제어 결정을 하는 것을 추구하지만, 이전부터 추구해 오던 방향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래 전에 DB구축이 한창 핫이슈이던 시절에도, 단순히 데이터 축적만이 목적이 아니라, 이들을 가공해 제어에 활용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농업분야가 아닌 ICT 공학분야에서의 새로운 기술적 개념 및 시도인 것이지, 우리 축산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추구해 오던 축산 R&D 방향 및 역할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성공적으로 축산산업에 접목시키는 데 우리의 역량을 더욱 집중시켜야 한다. 신뢰도가 높은 빅데이터 구축 및 최적의 제어를 위한 결정 지원 정보를 분석, 가공 및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며, 이 새로운 시스템 적용의 성공여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확신한다.

둘째, 축산분야에 더 많은 공학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스마트팜 기술 개발, 권장성 결여

최근 ICT, IoT, 4차산업혁명 등의 시류를 통해 새로운 다양한 공학 기술들이 축산분야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신 기술들을 축산분야에서 직접 개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ICT공학분야에 전문가들과 기업들이 축산분야 R&D의 참여가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ICT 전문가들은 경제동물 생리, 축산시설, 축산환경, 환경부하 등 축산 현장을 잘 이해할 수가 없으며, 동시에 축산전문가들은 ICT 신기술들에 대한 이해도나 스스로의 개발역량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축산분야에서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과학자(scientist)들이며, ICT신기술과 축산분야를 서로 링크를 시켜줄 수 있는 공학자(Engineer)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축산 관련 공학전문가들은 축산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신기술 개발에 대해서 정확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고 또한 개발되는 ICT 신기술들을 축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어떤 부분들이 고려되고 또 보강되어야 할지를 알기 때문에 축산 과학자, ICT 전문가들과의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하다.

앞으로 축산분야에 과학전문가, 공학전문가, 그리고 ICT 전문가들이 함께 신명나게 다양한 개발사업들에 참여해 현장에서 환영하는 시스템들이 많이 개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셋째, 축산현장과 괴리되어 있는 ICT 연구다.

지난 정부는 창조경제의 틀 속에서 축산기술과 ICT를 융합해 축산난제를 해결하고 축산업을 발전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방향성만 보면 정확하고 반가운 시도이다. 아쉬운 점은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가장 중요한 축산현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축산과 ICT 융합연구는 스마트팜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축산현장을 잘 모르는 ICT 전문가들이 대형과제들을 주도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본인들이야 축산전문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농장에 현장을 몇 번 방문했다고 축산 현장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농림부처와 축산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해결하지 못한 축산난제는 집약축산, 영세축산농가, 무허가축사, 소비자 의식 등의 여러 원인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산현장을 모르는 ICT 전문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합적 문제라는 얘기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축산-ICT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정량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싱이다. 센싱을 통해서 축적되는 다양한 많은 데이터들을 통해 현장에 문제점들을 미리 혹은 실시간으로 파악을 하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들을 전문가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가공한 이후에 이를 통해 사육환경을 최대한 개선시키기 위해 적절히 제어를 하는 것이 바로 ICT의 목적이다.

정부예산으로 많은 센싱 기술들이 개발되어 왔지만, 축산 현장에서 제대로 보급되어 효과적으로 잘 이용되고 있는 사례는 별로 없다. 축산시설 내에는 공기질이 매우 열악하다. 특히 최소한의 환기를 수행하는 동절기에는 높은 습도에 높은 분진과 다양한 가스의 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다.

아무리 비싸고 정밀한 센서를 개발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센서의 감지부가 수분, 분진 등으로 피복이 되고 높은 가스 농도로 부식까지 되는 환경이다.